목차
1. 줄거리
2. 작품성
3. 작가스타일
1. 줄거리
《구토》는 사르트르가 그의 철학적 사유와 체험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앙투안 로캉탱은 고독한 사람의 전형이다. 연금생활자만큼의 돈은 가지고 있지만 섬겨야 할 상관도, 아내도, 자식도 없는 ‘낙오자’다. 그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려고 돌멩이를 집어던지려는 순간에 모종의 불쾌감을 느끼고 후일 그때의 느낌을 ‘구토’로 명명한다.
삶에서 그 어떤 존재 의미도 찾지 못하고 ‘쓸데없이’ ‘남아도는’ 존재로서의 실존을 자각하는 순간 구토를 시작한 로캉탱은 철학교사로 생활하며 작가적 명성을 열망하던 사르트르의 분신이다. 사르트르는 주인공 로캉탱의 예리한 관찰을 통해 과거에 축적한 지식과 영광에 안주하는 지식인의 자기기만, 소시민적 권태와 부르주아의 위선, 나아가 무의미한 대화들만 주고받는 모든 인간의 비진정성을 드러낸다.
2. 작품성
인류 역사상 가장 낙관적인 세기로 규정되는 19세기를 뒤로하고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과 1929년 대공황을 경험했던 인간들의 위기의식을 사르트르는 ‘구토’ 현상으로 포착해 낸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력감에 방황하는 현대인의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과 체념보다는 오히려 희망과 용기의 지평을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구토》가 오늘날까지도 유의미한 보편성을 갖고 20세기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일 것이다.
평범한 철학자이자 풋내기 작가에 불과했던 사르트르를 단번에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로 급부상시킨 《구토》는 수많은 소설 기법들을 망라한 작품이다. 사르트르는 1931년부터 약 7년에 걸쳐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18, 19, 20세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섭렵했고, 그로부터 수많은 소설 기법들을 원용했다. 18세기 작가로는 프레보 등을, 19세기 작가로는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등을, 20세기 작가로는 지드, 프루스트, 말로, 셀린 등과 같은 프랑스 작가들과 카프카, 더스패서스, 포크너, 헤밍웨이 등과 같은 외국 작가들을 섭렵했다.
또한, 《구토》에는 내적 독백, 초현실주의의 자동기술, 환상소설 기법, 상호텍스트성, 패스티시, 패러디, 콜라주, 대화체와 구어체의 활용, 신체감각에 관련된 어휘의 확대 등 사르트르가 익히고 응용한 수많은 기법이 녹아 있다. 특히 신문 기사, 재즈곡 가사, 역사책, 식당 메뉴판, 백과사전, 포스터 등에 쓰인 글귀 또한 이 작품의 한 부분을 이루는데, 이러한 ‘콜라주’ 기법은 《구토》에 나타난 서술기법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듯 《구토》는 작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내딛는 사르트르에게 그 자체로 ‘글쓰기의 모험’이었으며 18, 19, 20세기를 잇는 ‘문학 창작의 교차로’에 놓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구토》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1960년대에 등장한 ‘누보로망(Nouveau roman, 새로운 소설)’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일컬어진다. 기존 소설의 형식을 부정하고(anti-roman, 앙티로망)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누보로망의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 인물의 해체, 이야기의 분절화, 전통적 시간관의 파괴, 일인칭 시점과 주관적 사실주의 효과의 극대화, 이야기의 논리성 파괴 등의 장치들이 《구토》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구토》가 과거 문학 전통에 대해서 ‘도전적인 작품’이자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3. 작가스타일
장폴 사르트르의 작품 스타일은 실존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재와 자유, 고독을 탐구한다. 그의 문체는 직설적이고 분석적이며,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특히 "구토"에서는 주인공 롱탱의 일기 형식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와 무의미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르트르는 세세한 묘사와 철학적 성찰을 결합해 독자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종종 어두운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05∼1980. 파리 출생으로 두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외조부 슬하에서 자랐다. 메를로 퐁티, 무니에, 아롱 등과 함께 파리의 명문 에콜 노르말 슈페리어에 다녔으며, 특히 젊어서 극적인 생애를 마친 폴 니장과의 교우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평생의 연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도 그 시절에 만났다.
전형적인 수재 코스를 밟아 졸업하고, 병역을 마친 그는 항구 도시 루아브르에서 고등학교 철학 교사로 일하다가 1933년 베를린으로 1년 간 유학, 후설과 하이데거를 연구하였다. 사르트르는 1938년에『구토』를 출간하여 세상의 주목을 끌며 신진 작가로서의 기반을 확보하였고, 수많은 독창적인 문예평론을 발표하였다.『존재와 무』『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변증법적 이성비판』등을 발표하고『레탕모데른』지를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2차 대전 전후 시대의 사조를 대표하는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았다.